고체연료 로켓·SAR 위성 동시 성공…‘신속 발사·상시 감시’ 달성했다
軍, 고체연료 발사체 1·3·4단 제주 해상서 시험발사저장·취급 편리한 ‘신속 발사’ 고체연료 로켓날씨·시간 상관없이 ‘상시 감시’ SAR 위성
한국이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체연료발사체 시험 발사로 밤하늘에 무지개색 화염을 보여준 지 약 1년 만이다. 이번 발사에는 시험용 더미(모의) 위성이 아닌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실어 의미가 크다.국방부는 4일 제주도 남쪽 중문 해안에서 4㎞ 떨어진 해상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고체연료 발사체에 대한 3차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민간기업인 한화시스템이 참여해 군이 뉴스페이스 산업 활성화를 지원한 것으로 평가된다.ADD가 개발 중인 고체연료 발사체는 1~4단 추진체로 구성됐다. 전체 추진체 중 4단만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개발되고 있다. 1·2차 시험발사인 작년 3월과 12월에는 2~4단 추진체를 시험했는데, 이번 발사 때는 1·3·4단 추진체를 발사했다. 2025년으로 예정된 최종 시험발사에는 1~4단 추진체를 모두 결합한 뒤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국방부는 2021년 5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종료되면서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이어왔다. 올해 5월 세 번째 발사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나 미국 우주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팰컨9(Falcon9)’은 액체연료 로켓이다.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는 무엇이 다르기에 한국이 개발에 나선 것일까.
고체연료 발사체의 가장 큰 장점은 구조가 간단하고 연료 저장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발사 준비 기간도 7일 미만으로 매우 짧다. 만약 위성을 급히 우주 궤도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면 고체연료 발사체가 제격이다. 반면 액체연료 발사체는 구조가 복잡하고, 연료 주입시간이 길다. 가격 측면에서도 고체연료 발사체가 액체연료 발사체보다 개발 비용이 훨씬 낮다.다만 추력이나 운용은 액체연료 발사체가 좋은 성능을 보인다. 액체연료 발사체는 연료 효율도 좋고 재점화나 추력을 조절할 수 있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점화 후에는 추력을 조절할 수 없어 연료 효율도 나쁘다. 각자의 특성 때문에 고체연료 발사체는 주로 저궤도로 올라가는 소형위성, 액체연료 발사체는 저궤도 이상이나 정지궤도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국방부 관계자는 “4단까지 모두 결합할 경우 500~700㎏ 무게의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다”며 “앞으로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면 1.5t급 위성도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체연료 발사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북한도 고체를 사용하려 하지만 한국이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발사 장소를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선택한 건 외교상 문제와 발사 효율 때문이다.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같은 주변국이 인접해 영공을 침범하지 않는 내에서 발사해야 한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도 주변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는 한반도 남쪽으로 발사하는 조건을 찾아 마련된 곳이다. 로켓은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발사할수록 지구 자전의 힘을 이용해 발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군은 더 무거운 위성을 효율적으로 발사하기 위해 제주도 남쪽 해상을 발사 지점으로 정했다.
고체연료 발사체에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SAR 위성이 실렸다. SAR 위성은 지구에 레이더파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합성해 영상으로 만든다. 전자광학(EO) 위성과 달리 낮과 밤, 지상을 가리는 구름에 상관없이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SAR 위성은 100㎏ 무게로, 650㎞ 상공 궤도를 돌 예정이다.한화시스템과 함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SAR 위성을 개발을 두고 경쟁 중이었다. 앞서 두 회사는 각각 ADD와 SAR 검증위성 개발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과 KAI가 SAR 위성을 올리고 성능을 검증한 뒤 앞으로 본격적으로 위성 제작을 주관할 계획이다.애초 국방부는 이번 고체연료 발사체에도 더미 위성을 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SAR 위성이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져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SAR 위성이 관측한 데이터는 한화시스템 지상국으로 수신되고, 앞으로 군과 함께 성능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국방부는 “군은 소형위성을 신속히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독자 우주 능력확보에 한 걸음 다가섰다”며 “확보된 (발사체) 기술의 민간 이전을 통해 민간주도 ‘뉴스페이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복규 기자 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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